만성적으로 배가 차가운 느낌 때문에 불편함을 겪으시나요? 배가 차가워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흔하게 오해하는 단순 혈액순환 문제 외에 어떤 원인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냉적 차가운 기운이 쌓여 생긴 복부 냉증
혹시 평소에도 배가 차갑고 소화가 잘 안 돼서 더부룩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시나요? 그렇다면 ‘냉적’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냉적은 말 그대로 몸속에 차가운 기운이 쌓여 위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소음인 체질이거나 평소 기름진 음식,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 분들이 냉적에 취약하죠. 마치 보일러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집에 사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문제는 식습관입니다. 차가운 물이나 음료는 물론, 돼지고기, 밀가루, 커피, 녹차, 맥주 같은 음식들은 우리 몸의 따뜻한 기혈이 소화기관으로 잘 공급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결국 위장 기능이 떨어져 소화 불량은 물론, 장염 같은 질환에도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차가운 공기에 자주 노출되거나 배를 드러내는 패션을 즐기는 것도 냉적을 악화시키는 지름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몸을 차게 하는 음식을 멀리하고, 삼계탕 재료(인삼, 황기, 대추, 마늘, 생강, 찹쌀, 닭고기)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습관 개선만으로 부족하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여 본인 체질에 맞는 온리약(溫裏藥) 같은 한약을 고려해볼 수도 있습니다. 내 배가 냉정하게 보내는 신호, 혹시 놓치고 계신 건 아닐까요?
신경쇠약 및 자율신경 과민 불안과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복부 냉증
차가운 음식, 환경으로 인한 ‘냉적’ 얘긴 앞서 했죠? 하지만 식습관이나 외부 요인과 전혀 다른 이유로 복부 냉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바로 신경쇠약 및 자율신경 과민 때문입니다. 불안, 긴장, 걱정, 분노 같은 만성적 감정 자극이 편도체, 청반, 변연계 등 뇌 부위를 과부하 시키면 자율신경계가 과민해집니다. 그 결과 소화기 근육이 수축/긴장하고, 내장 및 복벽의 혈류가 저하되어 배가 차가워지죠. 불안할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순히 혈액순환이 아닌, 신경계의 근육/혈관 수축 때문입니다.
이런 복부 냉증은 종종 신경성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두통, 어지럼증, 이명, 눈 불편감, 목 이물감, 혀 통증/구강 건조, 근육 긴장/떨림/저림/무력감, 체온/땀 이상, 수면 장애 등을 동반합니다. 따뜻한 음식이나 복부 찜질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신경쇠약을 보강하는 한약 치료로 근본 원인을 다스려야 합니다.
내 배의 차가움이 단순히 ‘차가운 음식’ 탓이 아니라, 내 마음의 ‘차가운 불안’ 때문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겠죠?
전신쇠약 몸의 기운이 부족해 생기는 복부 냉증
이전 장에서 스트레스가 신경을 곤두서게 해 배를 차갑게 만든다고 했죠? 이번엔 몸의 전체적인 에너지 자체가 바닥난 경우입니다. 우리 몸은 마치 아궁이와 같아요. 기혈진액(氣血津液)이라는 땔감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면, 아궁이가 식듯 온열 기능이 떨어지죠. 배만 찬 게 아니라, 몸 전체가 차가워집니다.
이런 전신쇠약은 노인성 기력저하 외에도 젊은 분들에게도 흔합니다. 갑작스런 체중 감소, 영양부실, 만성 피로, 코로나19 후유증, 큰 수술이나 항암치료 후 몸이 텅 비어버릴 때 나타나죠.
온기만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뇌 기능 저하로 머리가 멍하고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며, 전신 무기력, 근육 무력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성욕 감퇴 등 전반적인 활력이 뚝 떨어집니다. 진액 생산도 줄어들어 건조함이 동반되는데,
• 모발/피부 건조, 손톱 갈라짐
• 눈물/침 마름
등 전신이 마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몸의 근원적인 에너지 자체를 채워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개인 체질에 맞는 전신쇠약 보약으로 기혈진액을 보충하면, 아랫배 온기는 물론 신체 기능 개선, 체온/땀 조절, 건조함 해소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찬 배’로만 볼 문제가 아니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마무리
이처럼 배가 차가운 증상은 단순히 추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냉적, 신경쇠약, 전신쇠약 등 다양한 근본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 증상 외에 다른 신체 증상을 함께 살피고, 언제 증상이 심해지는지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인에 맞는 치료를 통해 복부 냉증과 동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